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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3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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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로컬]

아파트 공화국의 환타지를 공간으로
- 빌라레코드&모스카펫 남산 쇼룸

진: ⓒSOSIC

경리단길 언덕을 오르다 보면 남산을 곁에 둔 단독 건물 하나가 나타납니다. 큰길의 번화한 거리와는 한 발 비켜서 있어, 사람이 몰려 유동인구로 인해 노출이 잘 되는 자리는 아니죠.


가구 브랜드 빌라레코드와 리빙 커뮤니티 플랫폼 모스카펫(MOSS CARPET)은 바로 이곳,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세 개 층을 쓰는 단독 건물에 통합 쇼룸을 열었습니다. 소파도 식탁도 화면으로 고르고 결제하는 시대에, 두 브랜드는 오히려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언덕 위 공간에 자리를 잡았죠. 신사동에서 보낸 7년을 정리하고 시작한 새 챕터라는 점까지 더하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입니다.


왜 지금, 왜 이 곳일까요?

진: ⓒSOSIC


👉 온라인이 가구 ’거래’를 가져간 자리, 오프라인 매장에 남은 숙제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2025년 9월 온라인쇼핑 가구 거래액은 4,535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7.1% 늘었습니다. 리빙 플랫폼 오늘의집은 3D·AI 인테리어 관련 키워드 검색량이 전년 대비 약 24배 증가했다고 밝혔죠.


즉, 화면 안에서 가구를 고르고, 미리 내 공간에 얹어 보고, 결제까지 마치는 흐름이 이미 익숙해졌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는 소파의 쿠션감이나 원목의 결을 확인하려면 매장에 가야 했지만, 지금은 상세 페이지와 3D 시뮬레이션이 그 상당 부분을 대신합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요? 만약 매장의 목적이 ’평당 얼마를 파느냐’라면,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언덕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하지만 매장이 파는 곳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위한 곳이라면, 빌라레코드의 남산 쇼룸은 바로 그 새로운 전제를 시험하는 자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진: ⓒSOSIC


👉 '가는 이유'가 달라진 리테일 — 유동인구 상권이 저물고 목적지가 뜬다


매장의 목적이 바뀌면 상권을 읽는 방식도 바뀝니다.


한때 서울에서 가장 뜨거웠던 신사동 가로수길은 2025년 1분기 공실률이 41.6%까지 올랐습니다.(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집계 기준). 상가 절반 가까이가 비어 있는 셈이죠. 또 같은 시기 명동은 5.2%였고,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압구정·도산대로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0%였습니다.


유동인구만 믿고 임대료를 밀어 올리던 거리의 공실률은 조금씩 높아지는데, 뚜렷한 색깔과 목적성을 갖춘 동네는 비어있던 시기를 지나보내고 다시 채워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이 일상적 소비를 흡수한 이후,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지나가다 들르는 편의’가 아니라 ’굳이 찾아갈 이유’로 옮겨 가고 있죠. 목적지가 되지 못한 상권은 유동인구가 빠지는 순간 함께 빠지고, 목적지가 된 공간은 유동인구가 없어도 여전히 사람을 끌어옵니다.

진: ⓒSOSIC

👉 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집을 닮은 매장 — 3층 주택 같은 구조


빌라레코드&모스카펫 남산 쇼룸은 매장이라기보다, 층마다 성격이 다른 한 채의 집에 가깝습니다.


2층은 빌라레코드 단독 공간, 1층은 빌라레코드와 모스카펫이 함께 놓이는 통합 공간, 지하 1층은 모스카펫과 창작 공간 오프코너(OFF CORNER)로 구성됩니다. 특히 1층에는 테라스가 딸려 있어, 실내에 머무는 동안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깥의 남산 풍경으로 이어집니다. 세 층은 내부 계단으로 연결되고, 동선은 2층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오는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층을 오르내리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정처럼 설계된 셈이죠.


세 층은 역할이 다르지만, 공간을 따라 걷는 동안 두 브랜드의 분위기가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짜여 있습니다. 1층은 두 브랜드가 함께 놓이는 만큼 조금 더 다채롭게 구성하되 패브릭 파티션으로 부드럽게 구획했고, 지하 1층은 반지하 특유의 채광 덕분에 낮에도 저녁 같은 무드가 감돕니다. 가구를 빽빽이 채워 파는 공간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실제로 사는 집의 장면을 걸어서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쇼룸을 둘러보는 일이 물건을 훑는 시간이 아니라, 한 채의 집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죠.

진: ⓒSOSIC

👉 사방의 창으로 스며드는 녹음과 햇살 단독주택의 환타지

이 건물은 특히 육각형에 가까운 평면에 각 면마다 큰 창이 나 있어, 남산의 풍경과 계절,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광이 실내 곳곳으로 들어옵니다.

2층에서는 남산은 물론 그 주변으로 펼쳐진 서울 도심 일대까지 시야에 담기고, 1층에서는 테라스를 통해 바깥 풍경이 실내와 곧장 이어집니다. 층을 옮겨도 창밖의 남산이 늘 곁에 있는 셈이죠. 건물 자체의 구조와 창이 지닌 존재감이 워낙 강한 탓에, 장식을 더할수록 공간은 오히려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 쇼룸은 요소를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닥과 벽 마감을 통일하고 별도의 구조물을 세우기보다, 창밖 풍경과 가구가 함께 놓이도록 비운 구성이죠. 온라인이나 백화점 매대가 복제하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화면은 제품을 보여 줄 수 있어도, 창으로 계절이 들어오고 풍경이 실내와 이어지는 건물의 감각까지 옮기지는 못하니까요. 
진: ⓒSOSIC

남산 쇼룸의 또 매력은 지하의 모스카펫 공간에 있습니다.

빌라레코드가 자체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라면, 모스카펫은 성격이 다릅니다. 국내 가구 작가와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춰 주는 리빙 커뮤니티 플랫폼을 표방하죠. 박길종의 길종상가, 조인혁의 리히르, 권현아의 콜드포그, 세 명이 함께하는 원투차차차 스튜디오처럼 개성이 뚜렷한 창작자들이 이 플랫폼과 함께 이름을 올려 왔습니다. 국내에서 독립 가구 디자이너는 재능이 있어도 유통·자본·기업과의 협업 같은 디자인 바깥의 벽에 부딪혀 스튜디오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모스카펫이 내세우는 것이 바로 그 문턱을 낮추는 역할이죠. 지하 1층은 반지하 특유의 낮은 채광 덕분에 낮에도 저녁 같은 무드가 감돌고, 이 창작자들의 가구가 놓입니다.

여기 자리한 오프코너는 창작자들이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선보이는 콘텐츠 공간으로, 전시와 리스닝 프로그램을 이어 갈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방향의 차이입니다. 신세계까사가 미키야 고바야시나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같은 해외 디자이너와의 협업 컬렉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것처럼, 국내 프리미엄 가구의 한 흐름은 해외 이름을 들여오는 쪽입니다. 그 옆에서 모스카펫은 국내 창작자를 무대에 올리는 반대 방향을 택했고, 자체 브랜드와 창작자 플랫폼을 한 건물에 겹쳐 둔 구성은 고객에게 더 넓은 취향의 선택지를 보여 주는 동시에 국내 디자인 생태계를 키우는 장치이기도 한 셈이죠.
진: ⓒSO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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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 거래를 가져간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이 끝내 남길 수 있는 것은 ’많이 파는 일’이 아니라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무언가’ 일지 모릅니다. 빌라레코드와 모스카펫은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 대신 남산에 놓인 채광 좋은 한 채의 집을 택하며 그 답을 공간으로 써냈습니다. 우리가 매장에 가는 이유가 조용히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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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핵심 인사이트 정리!

  • 온라인이 가구 거래를 흡수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이유가 ’판매 효율’에서 ’가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가구 거래액이 전년 대비 늘어나는 와중에, 빌라레코드가 유동인구 없는 언덕에 세 개 층짜리 목적지형 쇼룸을 낸 선택이 그 변화를 단면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

💡더 나아가 생각해볼 수 있는 점들.

  • 매장이 ’파는 곳’이 아니라 ’증명하는 곳’이 될 때,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백화점과 온라인이 거래를 맡고 플래그십이 브랜드 경험을 맡는 분업은, 자본과 채널 여력이 있는 브랜드에게 먼저 열리는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목적지형 전략이 브랜드 사이의 격차를 오히려 벌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


  • 아파트가 환금성이 높은 투자자산으로서 선호되는 우리나라에서 쇼룸이 '단독주택에 사는 시간"을 빌려준다면, 우리가 그곳에서 사는 것은 가구일까요, 아니면 삶의 형식일까요. 좀처럼 살아 보기 힘든 집을 잠시 걸어 보는 경험은 소비를 대신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큰 갈망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그 경계에서 목적지형 쇼룸이 실제로 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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