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32


2026/06/29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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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IC X 체크인]
숙박 전문 리뷰어 & 브랜드 기획자 정재형 (CHECK IN) 님 인터뷰 특집
@ Tongue And Bean 로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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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커뮤니티]

미드 '프렌즈'의 배경처럼 되려는 카페
- 텅앤빈 Tongue And Bean

진: ⓒSOSIC
숙박 전문 리뷰어 & 브랜드 기획자 정재형 (CHECK IN) 님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SOSIC 만의 시선을 더해 다시 엮은 아티클입니다.

오후 7시 반. 숙명여대 근처 청파동의 한 로스터리 카페 "텅앤빈 Tongue And Bean" 에서는 이 시간에 사람들이 다시 모여듭니다. 어느 달은 바리스타들이 새 생두를 함께 맛보는 커핑이 열리고, 또 어느 달은 플리마켓이나 디제이 파티가 공간을 채웁니다. 이번 6월에는 재즈를 주제로 음악이 흐르는 북토크가 함께 열렸죠. "텅앤빈"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은 이곳을 커피가 맛있기만 한 카페로 여기지 않을 듯 하죠.


한편, 통계에 따르면 전국 커피음료점은 2025년 1분기 9만 5,337개입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3개 줄어, 2018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죠. 끝없이 늘던 카페들도 이제 새로 문을 열어 살아남기가 어려워진 시장이라는 뜻도 되죠. 이 치열한 상황 속에서도 "텅앤빈"에는 매달 사람이 모입니다. 청파동 한 골목에 문을 연 로스터리가 어떻게 공간을 매개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특별한 일들을 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진: ⓒSOSIC
👉 호텔을 리뷰하던 사람이 자기 공간을 직접 연 이유


텅앤빈을 운영하는 정재형님은 "체크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호텔 리뷰어이자 『나는 브랜딩을 호텔에서 배웠다』의 저자입니다. 그가 회사를 나온 건 2020년, 직접 무언가를 세워보겠다는 결심에서였죠. 그리고 한 번에 크게 일을 벌이는 대신 손에 잡히는 것부터 직접 만들며 공간과 브랜드의 감각을 체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정재형님은 함께하는 파트너와 브랜딩 에이전시 "파도와시멘트"를 만들었습니다. 고객의 브랜드를 기획해 풀어내면서도, 동시에 직접 운영하는 공간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점차 알아갔다고 합니다. 조언하는 자리에서 보는 것과 매일 직접 부딪치며 배우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죠. 그때 가장 빨리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로스터리였습니다. 이미 성내동에서 이드커피라는 카페를 운영하며 장비를 이미 갖추고 있었고, 여기에 한층 본격적인 기획을 얹어 지금의 공간을 열었습니다. "텅앤빈"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사람을 불러 모으고, 그 사이에서 무언가가 벌어지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가장 현실적인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사람을 먼저 모아둘 수 있는 응집력만 있으면, 그다음엔 뭐라도 해볼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그것부터 증명하는 게 지금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봤어요."
체크인 정재형 님
진: ⓒSOSIC

👉 '카페'가 아니라 '커피 문화 기획사'로 설계된 공간
"문화라는 게 별거 아니에요. 사람이 모여서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면, 거기서부터 문화인 거죠. 그럼 사람들이 가장 빨리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뭘까 했을 때, 저는 카페밖에 안 떠오르더라고요."
체크인 정재형 님

"텅앤빈"을 기획할 때 그는 스스로 이곳을 "커피 문화 기획사"라고 칭했습니다.


커피는 목적인 동시에 사람을 모으는 가장 자연스러운 수단이었던 것이죠. 눈여겨볼 부분은 그가 이런 정의를 손님에게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 입으로 우리를 설명해봐야 소용없고, 남의 입에서 설명이 나와야 진짜라고 보기 때문이죠. 손님이 "쟤네 뭔가 특이한 거 하네" -  라고 한마디만 해도 충분하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 작은 인식이 하나씩 쌓이기를 기다리고, 그렇기에 매달 새로운 시도를 가볍게 던져볼 수 있는 것이죠.


그는 처음부터 남과 같은 방식으로 싸우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캐릭터가 또렷한 공간일수록 자기 색이 분명하다는 많은 케이스들을 봐온 경험이 있었고, 남이 잘하는 영역에 똑같이 뛰어들어서는 자기 색이 나지 않는다고 봤다고 하죠. 커피 맛이든 인테리어든, 이미 고수가 많은 판에서 정면으로 붙는 대신 자기만의 길을 찾는 것. 텅앤빈의 모든 기획과 공간은 모두 이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진: ⓒSOSIC

👉 경계를 지운 구조와 아고라형 단이 노린 장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경계가 없다는 점이 먼저 느껴집니다. 주방과 로스터리 영역, 손님 홀 사이의 벽을 일부러 없앴습니다. 공간의 경계를 지워 사람이 자연스럽게 섞이게 둔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식물 사이에 숨겨둔 야외 조경용 스피커도 같은 의도입니다. 소리를 은근하게 깔아 분위기를 만들어내죠.


카페 한쪽 아고라형 단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그는 이 자리를 고를 때부터 아고라를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임대차 계약을 할 매물을 보러 다니면서, 테이블을 빽빽이 놓아 손님을 더 받기보다 사람이 둘러앉을 단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인지를 먼저 봤죠. 그래서 원래 벽이 있던 자리를 헐고 철골과 나무로 단을 직접 올렸습니다. 평소에는 좌석이지만 행사가 열리면 무대와 객석으로 바뀝니다.


이런 선택에는 분명 내어주어야할 것도 따라오는 법이죠. 일반적인 테이블·의자 구조보다 자리를 덜 넣게 되기도 하고, 낯선 풍경에 들어왔다 그대로 돌아 나가는 손님도 있죠. 그는 새 손님의 반응이 둘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오, 이거" 하며 반기거나 "어, 이거" 하며 낯설어하거나. 다만 그는 이 낯섦을 비용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 공간에 맞는 사람을 걸러주는 장치로 보기 때문이죠. 그래서 문을 연 뒤에도 계속 손을 봅니다. 세 사람이 와서 자리가 애매하면 의자를 따로 내주고, 테이블을 다른 형태로 바꿔볼지 고민합니다. 공간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쓰면서 다듬어 가는 대상이니까요.


그가 매물을 고를 때부터 아고라를 고집한 이유는 여러 행사를 진행하게 될 때 더 분명해집니다. 결이 맞는 사람들로 단이 가득 차는 날, 공간이 비로소 또다른 역할을 합니다. 그가 더 오래 들여다보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공간이 살아나는 그 순간이라고 합니다.

"결국 최고의 인테리어는 그 공간에 어울리는 사람이더라고요. 아무리 잘 꾸며놔도, 그 자리에 맞는 사람들이 채워줘야 공간이 확 살거든요."
체크인 정재형 님
진: ⓒSOSIC

👉 매달 행사를 여는 카페의 운영 리듬, 그리고 마감 후의 시간


커피 문화 기획사라는 이름을 운영으로 옮기는 가장 빠른 방법이 다양한 행사였습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매달 여러가지 행사를 열었고, 한 달에 여러 번의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디제이 파티, 플리마켓, 북토크, 생두 커핑까지 결이 다양하죠. 다음에 무엇을 할지 고르는 기준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특별히 무슨 기준을 정해두진 않았어요. 그냥 우리가 봤을 때 재미있는 걸 먼저 하자, 그게 첫 번째예요."
체크인 정재형 님
(좌) 입맛대로 - 취향 플리마켓 Vol.1 by 텅앤빈 /  (우) <재즈 북토크> at 텅앤빈
디제이나 플리마켓, 북토크는 이제 다소 전형적이라고 느껴서, 체스를 두거나 음악을 제대로 들려주는 쪽으로 한 발 더 비틀어 보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기는 뭔가 특이한 걸 한다"는 한마디로도 우선 충분하다고 하죠.


이 리듬을 떠받치는 것은 마감 시간대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텅앤빈의 행사가 있는 날은 7시 반부터 매장 자체는 마감하고, 그 때부터 9~10시 즈음까지 행사를 진행합니다. 마감 뒤 비는 시간을 콘텐츠로 채우니 인건비도 더 들지 않죠. 특히 여름에는 저녁 손님이 빠지기 때문에, 그 시간이 오히려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되는 여백이 된다고 합니다. 매장이 널널한 시간을 손실로 두지 않고 콘텐츠로 바꾸는 것이죠. 그는 이 모델이 대학가라서 가능하다고도 짚습니다. 저녁에도 직장인들이 몰리는 입지였다면, 그 시간대에 행사를 여는 일 자체가 어려웠을 테니까요. 입지의 특성과 운영의 방식은 맞물려 돌아갑니다.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커핑 한 번에 서른 명 넘게 모여 행사가 진행되고, 일부는 음료와 원두의 구매로 이어지죠.

진: ⓒSOSIC

👉 콘텐츠가 사람을 불러 모은다, 6월의 행사는 "재즈 북토크"


이번 6월 텅앤빈의 자리는 재즈 북토크였습니다.


마감이 지난 저녁, 식물 사이 스피커에서 재즈가 흐르고 평소 좌석이던 아고라형 단이 무대와 객석으로 바뀝니다. 출판사 북스톤과 함께한 북토크가 이어졌죠. 음악과 책, 결이 다른 두 콘텐츠가 한 공간에 포개지며 카페는 작은 문화 공간이 됩니다. 눈길을 끈 것은 자리를 채운 사람들이었습니다. 가까운 동네 사람보다 멀리서 건너온 얼굴이 더 많았습니다.

"행사를 하면 이 동네 분들 뿐 아니라, 다 타지에서도 많이들 넘어오세요. 그것도 이 행사에 딱 어울리는 분들만 와서, 꽉 차 있으면 여기가 청파동이 맞나 싶을 정도예요."
체크인 정재형 님

어떤 콘텐츠가 열리느냐에 따라 그 결과 맞는 사람들이 지역을 넘어 모여듭니다. 동네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카페가 아니라, 콘텐츠를 매개로 멀리 있는 사람까지 끌어오는 공간 - 텅앤빈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죠.


이렇게 서로 가진 것을 주고받다 보니 비용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적정한 수준의 참가비를 받고, 필요한 장비들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활용합니다. 그가 보는 보상은 매출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콘텐츠를 열 때마다 결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 모임이 거듭될수록 "거기 가면 늘 뭔가 열린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천천히 자리 잡습니다. 행사 하나가 끝나도 그날 모인 사람과 장면은 남아, 또 다음 모일 기회를 불러옵니다.

"일단 우리가 충분히 내어주고 판을 깔아야, 그 결과를 보고 다음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거든요."
체크인 정재형 님
진: ⓒSOSIC

👉 텅앤빈이 동네에서 되고 싶은 것, 그리고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운영


매달 행사를 여는 더 깊은 이유는 동네와의 관계에 있습니다. 그는 알려지는 것과 실제로 찾아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광고에 돈을 들이기보다 근처 사람과 천천히 관계를 맺는 것에 주목합니다. 숙대 시험 기간에는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 학생들에게 공부할 자리를 내주기도 합니다. 대학가라는 동네의 결을 잘 살리는 것이죠. 그가 바라는 텅앤빈의 모습은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곳 입니다. 그는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 나오는 카페를 예로 듭니다.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무대가 되는 카페 있잖아요. 딱 그거예요. 동네에서 누구나 언제든 들러서 '너 왔어?' 하고 인사하는 곳. 저는 그거면 충분해요."
체크인 정재형 님

사람이 모이는 자리부터 잘 만들어두면 그 뒤부터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은 따라온다고 보기 때문이죠. 운영을 대하는 태도에도 같은 결이 흐릅니다. 그는 멀리 있는 목표를 못 박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습니다. 방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데 힘을 쏟지 않겠다는 선택이죠. 사업이 처음 그린 그림대로 흘러간 적이 드물다는 것을 그는 경험으로 압니다.

"통제할 수 있는 건 결국 저 자신뿐이더라고요. 통제 못 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받느니, 그냥 오늘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거예요
체크인 정재형 님
진: ⓒSO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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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안 하는 것을 하고, 당장의 매출보다 모여드는 사람을 쌓고, 통제할 수 없는 것 대신 오늘에 집중하는 것. 매달 새로운 장면이 기록되고 새로운 사람이 드나드는 자리를 마련 하는 것. 그렇게 모인 사람과 장면이 충분히 쌓이는 날, 우리는 이 장소를 커피 파는 집이 아니라 '뭔가 늘 벌어지는 곳'으로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공간 하나가 미디어처럼 작동하기 시작하는 풍경을 "텅앤빈"은 지금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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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핵심 인사이트 정리!

  • 텅앤빈은 매출 뿐만이 아니라 '모여드는 사람'을 자산으로 쌓습니다. 행사는 협업과 콘텐츠의 교환으로 큰 비용 없이 마감 후 빈 시간을 쓰며, 결이 맞는 사람들을 여러 지역으로부터 공간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죠. 💬


  • 전국 카페 수가 처음으로 줄어든 포화 시장에서 텅앤빈은 '남들이 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커피 맛과 인테리어를 넘어 매달의 프로그래밍과 큐레이션으로 다른 카페에는 없는 문화 자산과 관계를 시간 위에 쌓아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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