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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8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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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이 차를 가장 안 사는 시대,
완성차 브랜드는 왜 성수로 가는가 :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 사진: ⓒSOSIC

성수동의 최고 번화가, 연무장길을 걷다 보면 붉은 벽돌 건물 하나가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독일 옛 공장을 닮은 외관 안으로 들어서면 커피 향이 먼저 번지고, 그 안쪽에 1억 원이 훌쩍 넘는 플래그십 세단이 놓여 있죠.


바로, 지난 5월 19일 성수동에 문을 연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곳은 차를 그 자리에서 계약하고 끌고 나가는 판매 거점이 아닙니다. 시승도 거리에서 바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무엇보다 이 곳을 지나는 인구들의 다수는 벤츠를 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건 젊은 세대가 자동차를 점점 사지 않는 흐름이 수치로 확인되는 시기에, 오히려 완성차 브랜드들은 가장 젊은 동네를 찾아왔다는 점인데요. 패션이나 코스메틱 브랜드가 성수에 팝업을 여는 건 이제 누구나 익숙한 풍경이죠. 그런데 한 대에 수억 원, 구매까지 몇 달이 걸리는 고관여 상품인 자동차 브랜드가 같은 자리에 들어서는 건 결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공간의 등장이 노리는 실익은 무엇이고, 성수동을 지나치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진: ⓒSOSIC
👉 성수 팝업씬에서 '살 수 있는 상품'과 '살 수 없는 상품'의 분기점 


성수동은 이미 국내 팝업스토어의 압도적 1번지입니다. 스위트스팟이 2025년 국내 팝업스토어 3,077건을 집계한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에서 열린 팝업 가운데 33.58%가 성동구에서 운영됐습니다. 국내 팝업 전체의 3분의 1을 성동구라는 1개 자치구가 가져간 셈입니다. 소비자가 ′팝업스토어′와 ′성수 팝업스토어′를 거의 같은 검색어로 인식한다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죠.


다만, 이 통계의 주역은 대부분 '패션', '뷰티', '캐릭터 IP' 였습니다. 이들 카테고리의 오프라인 공간 경험 방식은 명확합니다. 들어와서 만져보고, 향을 맡고,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한정판을 집어 듭니다. 체험과 결제가 한 동선 안에서 끝나죠. 또 마케팅 효과를 통한 당장은 아니지만 가까운 시점의 매출 향상을 기대하죠.


그에 비해 "고가의 자동차"는 정확히 그 지점을 벗어나는 고관여 제품목인데요. 매장에서 시승을 해본다 해도 차를 그 자리에서 계약하고 끌고 나갈 수 없고, 구매 결정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일어납니다. 그래서 자동차 브랜드의 오프라인 공간은 구매 자체보다는 훨씬 앞단의 일, 그러니까 ′언젠가의 구매′를 위한 인식을 미리 심는 일을 맡을 수 있게 됩니다.


같은 성수라는 무대에 서 있어도, 패션 팝업이 오늘이나 가까운 미래의 매출을 노린다면 자동차 스튜디오는 10년 뒤의 호감을 노린다는 차이가 여기서 출발합니다.

진: ⓒSOSIC

👉 구매력이 모인 강남을 두고 문화 자본이 쌓인 성수를 택한 계산


벤츠의 실제 구매를 발생시키는 고객이 가장 많은 곳을 묻는다면 답은 성수가 아니라 강남과 청담이겠죠. 자산과 현재의 구매력이 모여 있는 상권입니다. 그런데 벤츠는 첫 브랜드 경험 공간의 자리로 강남이 아닌 성수를 골랐습니다. 이 선택 자체가 지금 당장 지갑을 여는 고객이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과 트렌드의 흐름이 모이는 곳을 택하겠다는 뜻이 엿보이는 지점이죠.


역시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는 오픈 간담회에서 성수를 고른 이유를 ′차량 판매에 중점을 두기보다 젊은 고객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수 특유의 역동성과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브랜드가 가려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죠. 벤츠가 앞서 C-클래스의 첫 전동화 모델을 공개한 장소도 같은 성수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번 스튜디오는 일회성 시도가 아니라 일관된 거점 전략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스튜디오 외관은 세계 최초의 자동차가 탄생한 독일 만하임의 칼 벤츠 첫 공장 ′벤츠 앤드 시에′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데, 붉은 벽돌이 중심인 이 외관은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성수 거리의 질감과 자연스럽게 포개집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동네의 물성이 우연히 닮아 있고, 벤츠는 그 접점을 파고든 셈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 사진: ⓒMercedes-Benz Korea

👉 젊은 세대가 차를 가장 안 사는 시대에 젊은 동네로 가는 역설, <스테이 영>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역설이 드러납니다.

정작 2030 세대의 자동차 구매는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하게 줄었다는 점인데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집계를 인용한 2026년 2월 보도에 따르면, 20대의 승용 신차 등록 점유율은 2016년 8.8%에서 지난해 5.6%까지 떨어져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수입차로 좁혀 봐도 흐름은 비슷합니다. 30대 수입차 신규등록 비중은 2020년 20.3%에서 2023년 15.0%로 3년 새 5.3%포인트 줄었습니다. 고금리와 차값 부담, 공유 모빌리티 확산이 겹친 결과로 분석됩니다. 실제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의 핵심 구매층은 40대 이상으로, 시간이 갈수록 고객의 평균 연령은 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를 가장 적게 사는 세대가 모이는 동네에, 왜 굳이 들어가는 것일까요? 단서는 김은중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품 및 세일즈 부문 총괄 부사장의 말에 있습니다. ′어떤 고객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최신 제품 이미지 - 스테이 영(Stay Young) - 늙지 않고 뒤처지지 않은 이미지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죠.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판매 부진이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과 함께 나이 들어 어느 순간 ′부모 세대의 차′로 굳어버리는 것입니다. 지금 성수를 지나는 20대가 당장 차를 사지 않더라도, 이들이 구매력을 갖추는 10~15년 뒤에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브랜드로 남는 것. 벤츠가 성수에서 사들이는 건 오늘의 계약이 아니라 미래의 ′호감 자산′입니다.


고객은 나이가 들어도 브랜드는 늙으면 안 된다는 명제, 그것이 ′스테이 영′의 진짜 의미입니다.

Mercedes-Benz STUDIO SEOUL Open / 유튜브 채널: Mercedes-Benz Korea

👉 판매가 온라인으로 빠져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리테일 오브 더 퓨처

이 흐름을 마케팅 뿐 아니라 자동차 유통 구조 자체의 변화와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2025년 4월부터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RoF)′라 부르는 직판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가격 협상과 계약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과 본사 직판 체계로 옮겨가는 구조입니다. 전통적인 딜러 전시장은 사실 여러 기능을 한 지붕 아래 묶고 있었습니다. 차를 처음 보는 발견, 만져보고 앉아보는 경험, 가격을 흥정하고 도장을 찍는 거래, 그리고 출고 후의 정비까지도요.


그런데 거래가 온라인으로 분리돼 나가면, 물리적 공간에 남는 기능은 다시 간추려집니다. 판매나 계약 실무를 직접 담당하는 공간이 아니라면, 거래의 부담을 덜어낸 순수한 경험 공간으로 갈라질 수 있는 것이죠. 성수의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는 후자, 즉 브랜드의 정서를 담는 자리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내려볼 수 있는 결론은 "판매가 디지털로 옮겨갈수록, 몸으로 겪는 오프라인 브랜드 경험의 가치는 오히려 올라간다" 는 점인데요. 거래가 표준화되고 비슷해질수록, 차이를 만드는 건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감각과 인상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예약 기반 도슨트 투어 예약이 1,000건을 넘어섰다는 점은 이 점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죠.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 / 사진: ⓒSOSIC

👉 판매를 비워둔 자리에 벤츠가 채워 넣은 것

직접 둘러보면, 이 공간이 무엇을 의도했는지가 동선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몇 가지 지점을 짚어볼 만합니다.


먼저 F&B의 선택입니다. 라운지의 카페는 베를린의 스페셜티 로스터리 ′더 반 베를린(The Barn Berlin)′과 협업했습니다. 흔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커피 문화에서 신뢰받는 이름을 끌어온 것인데, 이는 커피에 까다로운 성수의 방문객에게 브랜드의 안목을 우회적으로 증명하려는 선택으로 보입니다. 자동차를 설명하기 전에, 취향의 코드부터 맞추는 방식이죠.

진: ⓒMercedes-Benz Korea


다음은 네 개 전시 존의 콘텐츠와 순서입니다. ′디 오리진(The Origin)′은 칼 벤츠의 작업실을 재현해 세계 최초의 자동차로 꼽히는 페이턴트 모터바겐과 모빌리티의 출발점을 보여주고, ′디 아이콘(The Icon)′은 매릴린 먼로와 마이클 조던, 스티브 잡스처럼 시대를 상징한 인물들과 브랜드의 문화적 영향력을 엮습니다. ′더 베스트 오어 나싱(The Best or Nothing)′은 140년 혁신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압축하고, 마지막 ′더 센시즈(The Senses)′는 벤츠가 자체 개발한 차량 운영체제 MB.OS를 빛과 소리, 향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이 순서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과거의 헤리티지로 신뢰를 쌓은 뒤, 동선의 끝을 소프트웨어와 미래 감각으로 마무리하죠. 자동차가 ′움직이는 경험 공간′으로 재정의되는 현재의 방향을, 관람 동선이 그대로 설득의 구조로 옮겨놓은 셈입니다.

진: ⓒSOSIC


′웰컴 홈(Welcome Home)′ 콘셉트의 라운지, 현장 구매가 가능한 컬렉션 존, 그리고 플래그십 세단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시까지, 전통적 쇼룸이 환대와 리테일이 섞인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방문객을 ′잠재 계약 대상′이 아니라 ′손님′으로 대하는 설계입니다. 곳곳의 인증샷 포토존은 그 경험을 방문객 스스로 콘텐츠로 만들어 퍼뜨리게 하는 장치이고요. 운영 기간을 1~2년으로 한정한 점도 의도적입니다. 영구 시설이 아니라 건축 규모의 팝업으로 운영함으로써, 공간이 익숙한 풍경으로 굳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는 선택으로 읽힙니다.

진: ⓒSOSIC

👉 벤츠 다음으로는, 페라리가 온다

사실 알고보면, 성수가 자동차 브랜드의 경험 거점이 된 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기아는 2021년 옛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한 ′언플러그드 그라운드′를, 포르쉐는 2022년 11월 아티스트 협업과 도슨트를 결합한 ′포르쉐 나우 성수′를 선보였습니다. 여기에 이번 메르세스-벤츠 스튜디오가 더해졌고, 페라리코리아는 6월 8일부터 21일까지 성수동 쎈느에서 브랜드 체험 팝업 ′카사 페라리(Casa Ferrari)′를 운영합니다. 5년에 걸쳐 성수는 완성차 브랜드의 경험까지도 펼쳐질 수 있는 동네로 자리 잡은 것이죠.


특히 "페라리의 합류"는 오늘 SOSIC이 펼쳐낸 논리를 가장 강하게 뒷받침합니다. 페라리는 사실상 배정과 대기 명단으로 판매가 결정되는 브랜드라, 매장에 들어온 사람이 그 자리에서 차를 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팝업을 여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당장의 판매가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을 전하고, 차를 직접 살 수 없는 ′동경하는 다수′에게 호감을 심기 위해서죠. 역설적이게도 가격이 높고 희소할수록, 오프라인 공간은 차를 ′덜′ 팔더라도 브랜드를 ′더′ 정서를 더 깊게 다루는 쪽으로 기웁니다. 성수를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차의 구매자가 아니라 그 호감/동경의 청중이고, 브랜드에게는 그 호감/동경 자체가 자산이 됩니다.

6월 8일(월)부터 21일(일)까지 운영될 몰입형 브랜드 공간 카사 페라리(Casa Ferrari) / 진: ⓒFerrari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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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의 진짜 주인공은 라운지 한가운데 놓인 플래그십 세단이 아닙니다. 그 차를 사지 않을 사람들, 연무장길을 무심히 지나며 커피 한 잔에 브랜드의 인상을 새기는 이들이야말로 이 공간이 향하는 타깃 대상이자 주인공이죠. 가장 젊은 동네에 들어선 가장 오래된 자동차 브랜드의 공간은, 결국 오늘의 매출이 아니라 10년 뒤까지 이어질 브랜드 정서와 호감을 향한 긴 베팅인 셈입니다. 

구독자님을 위한,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SOSIC
📌이번 주 핵심 인사이트 정리!

  • 완성차 브랜드의 성수 진출은 ′판매′가 아니라 ′미래의 호감′을 사들이는 행위입니다. 20대 신차 등록 점유율이 2016년 8.8%에서 지난해 5.6%로 떨어진 시대에, 벤츠가 굳이 가장 젊은 동네로 간 건 지금의 구매가 아니라 10~15년 뒤 구매력을 갖출 세대의 인식을 미리 점하기 위함입니다. ′스테이 영′은 고객은 늙어도 브랜드는 늙지 않겠다는 선언이죠. 💬


  • 판매가 온라인으로 빠져나갈수록 오프라인 공간의 가치와 역할은 거꾸로 더 중요해집니다. 벤츠가 2025년 4월 직판(RoF)을 도입하며 거래 기능이 직판 체제 & 디지털로 옮겨가자, 물리적 공간은 브랜드를 더욱 깊게 다루는 공간으로 특화됐습니다. 거래가 표준화될수록 차이를 만드는 건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감각이기 때문이죠. 💬

💡더 나아가 생각해볼 수 있는 점들.

  • 가격이 높고 희소한 브랜드일수록 공간이 ′판매′에서 멀어진다면, 우리는 어디까지를 매장이라 불러야 할까요? 페라리처럼 사실상 살 수 없는 차의 팝업은 매대가 아니라 일종의 "사원(寺院)"에 가깝습니다. 이 다음 단계에서 브랜드는 공간을 통해 무엇을 판매하게 될까요. 💬


  • 성수를 지나는 대부분이 그 차의 구매자가 아니라 호감과 동경심을 가져줄 ′청중′이라면 어느 시점까지 과연 유효한 자산으로 환산될 수 있을까요? 더 많은 고가 브랜드들이 성수에 비슷한 문법으로 모여들 때, 동경은 희소성을 잃고 흔해진 풍경이 될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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