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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8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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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이 꼭 알아야 할 - 군산 소설스테이 르포 #2
[도시재생/로컬브랜딩]

적산가옥 한 채가 스테이와
로컬 F&B와의 결합까지 확장하는 법

진: ⓒSOSIC
군산 원도심에는 일제강점기 산미 증식 계획 시기에 형성된 적산가옥이 약 170여 채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편에서 짚었듯, 군산 곳곳에서는 그 흔적을 박물관식으로 박제하기 보다 카페·숙소·작업실·서점으로 운영해온 면모들이 보이죠. 그런데 운영형 보존이 건축공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거리에서 외관만 봐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직접 머물러봐야 운영자가 어디를 보존했고, 어디를 다듬었고, 어디를 비워뒀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이죠.

소설스테이”는 군산 월명로 516-1, 1899년 일본인 조계지로 형성된 영화동·장미동 인근 말랭이마을에 자리한 1920년대 적산가옥을 스테이로 운영하는 숙박 공간입니다. 그 바로 옆에는 함께 운영하고 있는 카페로 보리당이 자리하고 있죠.
보리당 (좌) 소설스테이 (우) / 사진: ⓒSOSIC
진: ⓒSOSIC
👉 적산가옥 외형과 곳곳의 장식을 보존하며 고치다


소설스테이의 2층 침실은 특히 일본식 가옥의 원형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고 보존한 공간인데요. 천장의 들보, 벽의 목재 질감, 창틀의 격자 무늬는 1920년대 목조 골격 그대로이고, 그 위에 얹힌 침구·조명·사용하기 좋은 욕실은 지금 시대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춰 새로 짜인 결이죠. 만지지 않을 영역과 새로 짤 영역이 한 채 안에서 잘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 “소설스테이”의 매력이자 핵심입니다.
진: ⓒSOSIC
군산이 호남 최초의 도시 재생 시범 지역으로 지정된 이래 적산가옥을 운영 공간으로 편집한 사례는 다수 등장했지만, 보존과 사용성의 경계가 흐려진 결과물은 어정쩡한 펜션이 되기 쉽죠. 소설스테이가 특별한 이유는 그 경계의 확고함에 있는 듯 합니다.

허승희 대표는 "예전부터 보존하면서 잘 고치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원형을 보존하며 수리하게 되어 공사기간이 더 길어지고 조금씩 조금씩 고치게 되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진: ⓒSOSIC

👉 보존의 한계를 극복하는 감각 경험의 요소들


적산가옥을 보존하게 되면 동일 부지 내 면적이 제한될 수 밖에 없죠. 신축해 규모를 키울 수도 없을 뿐 더러, 원래 있는 건축물 내에서 그 영역이 제한되니까요. 1920년대 일본식 가옥 내부의 공간들은 지금 기준의 호텔 객실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이기도 합니다.

소설스테이는 정원과 야외 자쿠지라는 감각의 경험 요소들로 메웠습니다. 객실 내부의 큰 창은 정원을 향해 열려 있어 실내에 앉아도 시선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끌려 나가고, 한쪽 벽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야외 자쿠지는 객실 내부 시설이 아닌 정원과 연결된 외부 시설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진: ⓒSOSIC

👉 가구·소품까지, 큰 흐름부터 작은 요소들까지의 총합이 로컬 브랜드가 된다


소설스테이 내부의 가구와 소품들은 모두 오래된 시간성이 축적되어있고, 하나하나 각기 다른 시대를 거쳐온 것들인데요. 호텔 체인들의 객실 내부 사양들은 어디서나 비슷하게 가이드를 통해 제공되고 복제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로컬 브랜드로서는 가이드화보다는 복제하기 힘든 브랜드의 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죠. 군산에 게스트하우스가 적지 않은데도 소설스테이가 구별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진: ⓒSOSIC

👉 소설스테이’와 ‘보리당’, 로컬에서의 ‘머무름’과 로컬의 ‘미식 체험’


체크아웃 후 향한 곳은 허 대표가 소설스테이 바로 옆에서 함께 운영 중인 보리당이었습니다.

소설스테이가 만들어진 이후, 바로 옆에 있던 오래된 판넬집을 사 1920년대 건물인 소설스테이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건물을 짓게 되었다고 허승희 대표는 전합니다. 도보 1분 거리에 두고 각각 머무름과 미식 체험 - 2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바로 옆의 판넬집을 사서 일본식 가옥으로 고치고 싶었던 이유는, 1920년대 건물인 소설스테이와 함께 두고 보았을 때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해서 였다고 합니다. 보리당 건물은 사실 새롭게 지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아주 오래된 적산가옥처럼 겉으로 보이는데요. 일본까지 직접 다녀와 고증을 통한 신축을 했다고 허승희 대표는 전합니다.
진: ⓒSOSIC
보리당은 군산의 특산물인 흰찰쌀보리를 활용한 제품 연구 개발하는 브랜드입니다.

허승희 대표가 소설스테이로 숙소만을 운영하던 시절, 한 손님께서 군산의 특산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신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문득, 군산을 대표할 만한 특산물이 딱 떠오르지 않아, 직접 찾아보게 됐고, 그 과정에서 흰찰쌀보리라는 보리를 알게 되었다고 하죠.

여러 특산품들이 있었지만, 허승희 대표는 "흰찰쌀보리"를 눈여겨보게 됩니다.

“흰찰쌀보리”는 낯선 개념이지만 군산의 역사가 함께 녹아있는 품종인데요. 1981년 방사 6호와 찰성 품종 요제자와 모찌의 인공 교배로 육성되어, 비로소 1994년 종자심의회에서 장려품종으로 결정된 군산의 특산품이죠. 보리계의 찹쌀로 불리며 식이섬유 함량이 일반쌀의 7배에 이르지만, 그 자체로는 대중을 향한 차별화 메시지를 만들기 어려운 원재료였습니다. 대부분 보리밥이라는 향토 카테고리 안에 머물렀죠.

허승희 대표는 흰찰쌀보리가 군산에서 70% 이상 생산되는 밥으로 먹기 좋게 개량된 품종이며, 전통 위에서 한 번 더  ‘먹기 좋게’ 변화된 재료)이 특히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보리라면 충분히 알릴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보리당이라는 브랜드가 시작됐죠.
진: ⓒSOSIC
'보리커피’는 차 시장보다 커피 시장이 더 크다는 점에서, 보리의 시장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접근한 것인데요. 허승희 대표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알게된 오르조 커피를 통해 가능성을 느꼈고, 보리 로스팅 실험을 거듭하면서 커피와 잘 어울릴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진행하게 됐다고 합니다.

‘보리밀크티’는 보리커피를 만들며 흰찰쌀보리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메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흰찰쌀보리는 밥으로 먹기 좋게 개량된 보리 품종이기에 수분을 잘 머금고 찰성이 있어 쫀득한 식감이 나고, 끓였을 때 부드럽게 감기는 걸죽한 질감이 만들어지는 장점이 있는데 이를 버블티의 펄 처럼 적용 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밀크티베이스 시럽과 펄을 보리 알맹이로 만들어 흰찰쌀보리의 재밌는 식감을 느끼실 수 있게 제품으로 만들었다고 하죠.
진: ⓒSOSIC
"무엇보다 보리를 단순한 곡물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굉장히 가까웠던 재료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보리차처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해왔던 기억이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도 한국의 보리를 다시 소개하기에 적합한 재료라고 느꼈습니다. 익숙하지만 오히려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 보리를, 지금의 방식으로 다시 풀어내면 또 다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고민에서 보리당이 시작되었습니다." - 허승희 대표

진: ⓒSOSIC
목조 가옥의 창틀 사이로 햇살이 떨어지는 자리에서 마시는 군산 로컬의 미식 경험, 그리고 소설스테이에서의 숙박 경험, 군산이라는 도시를 탐험하는 경험까지. 자칫하면 뻔한 지방도시의 스테이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 3가지 경험을 모두 엮어냈기에 더 이상 박제된 옛집이 아니라 적산 가옥이라는 자산 위에서 도시, 방문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작은 로컬 브랜드가 되고 있습니다.


 <군산 소설스테이 르포#1, 2> 모두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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