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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1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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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이 꼭 알아야 할 - 군산 소설스테이 르포 #1
[도시재생/로컬브랜딩]

100년 이방인의 도시 ‘군산’이 적산가옥을 자원으로 품는 법

군산 말랭이마을 / 사진: ⓒSOSIC
날씨가 화장한 오후, 군산 말랭이마을 입구에 들어섰을 때 눈에 들어온 곳. 1920년대 목조 외관의 ‘소설스테이’였습니다.

한 세기를 그대로 이어온 표정의 건축물이, 옆 골목의 가로수와 함께 천천히 쌓이는 시간을 그대로 담아내는 무게감을 함께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발을 들이자 외관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또 다른 숙박 경험이 있었습니다.  주변의 정원과 나무, 자쿠지, 빈티지 가구로 채워진 거실과 방, 가옥의 오래된 건축 요소를 그대로 살린 미세한 감도까지.

‘소설스테이’가 자리한 군산이라는 도시의 100년 이방인 서사와, 이 도시가 적산가옥이라는 네거티브 헤리티지를 어떻게 도시 자원으로 품어왔는지, 그리고 그 위에서 1인 창업자가 적산가옥 한 채를 어떻게 운영 가능한 공간으로 다시 탄생했는지를 짚어내는 2편의 르포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진: ⓒSOSIC
👉 유난히 일본식 가옥이 많이 남은 도시, 군산


군산에 유난히 일본식 가옥이 많이 남은 이유는 도시의 역사로부터 비롯됩니다. 개항된 직후인 1899년 6월, 영화동·장미동·중앙로 1가 일대에 약 57만㎡ 규모의 일본인 조계지가 설정되었고, 1920년대 산미 증식 계획이 본격화되며 군산은 한반도의 쌀을 일본으로 보내는 핵심 창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곡 수탈이 정점에 달한 1934년에는 군산항을 통해 200만 석 이상의 쌀이 일본으로 빠져나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죠. 군산이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호남평야의 쌀이 모이고 가공되어 일본으로 송출되는 산업 도시로 작동했다는 사실이, 도시에 남은 일본식 가옥의 양과 결을 직접적으로 결정했습니다.

군산 원도심에는 현재까지도 약 170여 채의 적산가옥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설스테이가 자리한 월명동 일대는 일본인 거주지로 계획되어 만들어진 원도심으로 도로 폭이 넓고 격자형으로 반듯한 구획이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쌀을 창고에 쌓아둔다는 의미의 장미(藏米)동이라는 지명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죠.

👉 박물관식 보존에서 확장한, 운영형 보존의 힘


다른 도시의 근대 건축 보존 사례와 비교해보면 군산의 방식이 더 명확해집니다. 많은 지자체가 보존 가치가 있는 옛집을 박물관·전시관·문화재로 지정한 뒤 관람 시설로 운영합니다. 보존은 안전하지만, 그 공간 안에서 일상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동네 생태계와는 분리되죠. 사람들은 잠깐 들어가 사진 몇 장을 찍고 떠나고, 그 옆 골목에는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군산의 다른 점은 두 가지 트랙을 동시에 가져갔다는 데 있습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처럼 잘 보존된 단일 건축물을 대표 거점으로 단단히 두는 동시에, 도심 곳곳에 흩어진 옛집들을 카페·숙소·작업실·서점·갤러리로 재편성하는 흐름을 나란히 끌어왔죠.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은 있습니다. 박물관스러운 곳만 있으면 도시는 정적이고, 운영 공간만 있으면 보존의 잣대와 가치는 사라집니다. 두 트랙이 동시에 작동할 때 도시의 보존 방식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죠.
보리당 (좌) 소설스테이 (우) / 사진: ⓒSOSIC
소설스테이는 군산의 청년 창업가 허승희 대표가 문을 연 작은 스테이입니다.

1920년대에 지어진 적산가옥의 외관 목구조와 일본식 기와는 거의 손대지 않은 채, 내부만 여행자의 사용성에 맞춰 다시 만드는 방식을 택했죠. 옛집의 외형은 여전히 도시 차원의 자산으로 작동하고, 내부의 운영 방식은 개별 브랜드의 자산으로 작동합니다. 박물관처럼 박제되지도 않고, 표준 호텔처럼 도시와 분리되지도 않는 중간 지점인 거죠.
보리당 (좌) 소설스테이 (우) / 사진: ⓒSOSIC

👉 골목을 걷다 만나는 지역의 맥락


스테이 바로 근처의 동네 골목을 걸어보면, 소설스테이는 지역의 맥락과 섞이되, 이 맥락을 누구보다 강하게 만드는 풍경임이 느껴집니다. 또 다른 적산가옥을 자기 방식대로 편집해 운영하는 공간들이 도보 5~10분 안에 분포해 있죠. 신흥동 일본식 가옥과 초원사진관 같은 기존 거점들도 도보로 이어지는 거리 안에 있습니다. 한 채를 본 다음 동네를 걷다 보면, 비슷한 결의 운영 톤이 골목 단위로 누적되어 있다는 인상이 자연스럽게 누적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군산 원도심에 자리를 잡은 여러 운영자들이 서로의 공간과 사업체를 만들기 시작했고, 방문자에게 자연스럽게 옆 공간을 추천하는 흐름이 동네에 깔려 있죠. 한 카페에서 다음 카페·서점·게스트하우스로 이어지는 동선이 운영자 간의 추천을 통해 만들어지고, 같은 적산가옥이라는 외형 자산을 공유하는 운영자들끼리는 자재와 시공자에 대한 정보까지 자연스럽게 교환됩니다. 

군산 원도심의 적산가옥 운영 라인이 단발성 사례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흐름이 되는 이유, 그리고 한 채의 보존이 동네 단위의 보존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이유가 여기에도 숨어있는 것 같았습니다. 소설스테이는 이 흐름 속에 있고, 이 흐름을 더 강력하게 하고 있죠.
군산 월명동 일대 / 사진: ⓒSOSIC

👉 소설 스테이, 한 채 위에 서있는 여러 층위


소설스테이라는 한 채 위에 군산 100년의 서사, 운영형 자산의 보존 차원, 그리고 그 로컬브랜딩의 숙박 공간의 층위까지 여러 층위가 쌓여있습니다. 

적산 가옥을 그대로 보존하여 살린 내외부의 건축공간, 넓지 않은 부지의 면적 한계를 외부 공간으로 보완하는 야외 자쿠지와 정원, 1인 여행자와 가족 여행자를 담아내는 객실 구성이죠. 같은 적산가옥, 같은 월명동 구획, 같은 도보 거리 안의 추천 동선 위에 자리 잡았다 해도, 공간의 운영자가 한 채 안에서 어떤 자산을 어떻게 얹느냐에 따라 한 채의 결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진: ⓒSOSIC
진: ⓒ소설스테이
군산이라는 도시와 골목이 깔아준 자리에서 출발한 소설스테이지. 나아가 그 위에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는지는 더 가까운 스케일에서 방문자와 만나는 접점의 감도를 결정합니다.

늦은 오후의 정원이 적산가옥의 오래된 창살 너머 객실의 일부로 들어오도록 하고, 해가 진 뒤 야외 자쿠지가 만드는 청각과 촉각, 같은 이가 운영하는 바로 옆 건물의 로컬 브랜드 카페 "보리당"으로 이어지는 동선까지 — 한 채의 24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그 안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가 살펴보려 합니다.
마침.
다음 주에 이어서 <군산 소설스테이 르포#2> 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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