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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0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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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한섬하우스 서울
: 대치동에서 매장 절반을 특화한 이유

진: ⓒSOSIC

패션 플래그십 스토어가 어디에 문을 여느냐는, 그 브랜드가 누구를 향해 말을 거는지를 보여줍니다. 


지난 몇 년간 그 좌표는 성수동이거나 압구정이거나 청담이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고, 새로운 것에 민감한 고객들이 모이는 곳들이죠.


그런데 2026년 2월, 한섬은 대치동을 선택했습니다. 강남이긴 하지만 주거지이고 학원가입니다. 쇼핑 목적지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네는 아니죠. 그런데 그 선택이 30일 만에 목표 매출의 120%라는 숫자로 돌아왔습니다. 입지 선택 자체보다도, 만약 한섬이 타겟 고객을 먼저 정하고 거기서 역산해 오프라인 기획 전략을 세웠다면 공간의 의미가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더한섬하우스 서울 / 사진: ⓒ한섬
👉 유동인구가 아닌 정주인구의 동네 - 대치동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은 지하 1층부터 지상 8층 - 영업 면적 1,927㎡ (약 582평) 규모로 한섬이 운영하는 1,300여 개 매장 중 가장 큰 플래그십입니다. 통상적인 플래그십 입지 선택의 기준은 유동인구입니다. 하루에 많은 사람이 지나치고, 충동 방문 또한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상권들이죠. 그런데 한섬이 대치동을 선택한 논리는 그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치동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부촌인 동시에 국내 최고 밀도의 학원가가 형성된 곳입니다. 이 두 가지 속성이 겹치는 곳에 사는 고객들은 소비 여력이 높으면서도,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이 동네 반경 안에서 반드시 대기 시간이 생깁니다. 자녀 등교 직후, 학원 라이딩 전후, 하원 시간 사이. 한섬은 이 반복 동선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일상의 동선과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죠.


결과는 수치로 확인됩니다.


오픈 첫 30일간 전체 매출 중 4050 여성의 비중은 75%로, 한섬 전체 고객 중 같은 연령대 여성 비중보다 16%p 높게 집계됐습니다. 전체 고객의 30% 이상이 초·중·고등학생 자녀와 함께 방문했고요. 타겟이 맞아들어간 것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는 이미 주요한 고객들의 일상을 잘 반영한 콘텐츠와 운영전략을 마련해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진: ⓒSOSIC
👉 업계 관행 20~30%를 넘어선 47% 특화 공간이 만들어진 이유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의 공간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전체의 47%를 매대를 놓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특화했다는 점인데요. 전체 영업 면적 1,927㎡ 가운데 지상 4층부터 8층까지 5개 층 (907㎡)이 F&B, 뷰티 스파, 문화 강좌, VIP 라운지 등 서비스 특화 공간으로 채워졌습니다. 판매 공간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4개 층(1,020㎡)에 집중됩니다.


패션업계 플래그십의 경우 전체 영업 면적의 20~30%를 F&B 등에 활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절반 가량을 특화 공간으로 구성하는 것은 역시 보기 드뭅니다. 이 비율 결정의 배경에는 대치동이라는 입지 선택과 같은 논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타겟의 일상을 읽고, 그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공간으로 채우는 것이죠.


고급스러운 F&B 공간인 '카페 타임' 2호점이 4층에 있습니다. 대치동 학생들의 학교/학원 라이딩 전후로 들릴 만한 브런치 카페가 될 수도 있어 보이죠.

'카페 타임' 2호점 / 진: ⓒSOSIC 

청담 1호점(디저트 3종)보다 대폭 확장된 17종의 디저트 메뉴를 갖췄고, 3개 층 높이(10.4m)의 피라미드 형태 공간으로 구현됐습니다. 이 카페는 매장 오픈 시각인 오전 10시 30분과 동시에 만석이 됩니다. 자녀 등교 직후 시간대와 정확히 맞물리는 수치입니다. 오후 5시부터 마감인 9시까지는 등·하원 전후 방문객이 전체 좌석의 70% 이상을 채우고, 매일 한정 수량으로 준비한 디저트는 오픈 후 2시간 이내에 품절됩니다.


6층의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의 뷰티 스파 '오에라 라 메종'도 오픈 첫 달 기준 1개월치 예약이 대부분 마감됐으며, 7·8층 VIP 라운지도 연일 만석 상태라고 합니다. 특화 공간의 각 프로그램이 대치동 타겟의 시간대별 수요와 맞물리면서, 고객의 체류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리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오에라 라 메종' (위), VIP 대상 라운지 (아래) / 진: ⓒSOSIC 

👉 자녀 동반 방문 시에도 빛을 발할 1층 MD 구성


전체 고객의 30% 이상이 자녀와 함께 방문한다는 데이터는 운영 기획에서 하나의 과제를 생각하게 하는 요소이죠. 엄마가 쇼핑하거나 카페에 머무는 동안, 자녀도 머물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 한섬은 1층에 자체 온라인 편집숍 EQL의 스포츠 브랜드 전문관 'EQL 퍼포먼스 클럽' 팝업스토어를 배치해 이 문제를 푼 것 같습니다. 호카·아크테릭스·브룩스러닝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들을 전면에 두고, 비트라·아르떼미데 같은 인테리어 브랜드와 피규어·체스·스피커 같은 취미 오브제들도 함께 진열했습니다.

진: ⓒSOSIC
👉 최근 4년의 한섬 플래그십 출점 흐름 중 '더한섬하우스 서울'이 놓이는 자리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을 한섬의 최근 4년 흐름 안에 놓고 본다면 맥락이 더 선명해집니다.


2023년 자체 온라인 편집숍 EQL의 오프라인 버전 '이큐엘 그로브', 2024년 미국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키스(Kith) 서울', 2025년 청담 명품거리의 '타임 서울', 그리고 2026년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으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이 매장들의 공통점은 한섬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 또는 외국인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죠. 각 플래그십이 기존 고객 반복 방문보다 신규 접점 확대에 초점을 맞춰온 흐름입니다.


반면,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은 이러한 지난 흐름들과는 조금 다른, 한섬의 4050 여성 고객들을 가장 정밀하게 배려하고 고려한 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 ⓒSOSIC
👉  수직 마을 컨셉으로 어우러지는 건축


매스스터디스에서 설계한 이 건물의 콘셉트는 '수직 마을'이라고 합니다. 기하학적 매스를 층층이 쌓아 올리되, 매스 사이에 의도적인 틈을 두어 층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층을 오르내릴 때마다 다른 공간을 만나게 하겠다는 의도이죠.


건물 안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빛입니다. 외벽 노출콘크리트의 무게감과 내부 투명 유리·보이드의 개방감이 대비를 이루며, 13.2m에 달하는 보이드 공간이 자연광을 끌어들입니다. 인접 건물의 일조권 확보를 위해 사선으로 계획된 건물 형태가 오히려 삼각형의 독특한 공간감으로 이어졌고, 4층 이상 특화 공간층에서는 콘크리트 차양과 불투명 유리로 프라이버시를 강화했습니다. 카페와 스파, VIP 라운지가 있는 층이 외부 시선으로부터 분리되는 구조입니다.

진: ⓒSO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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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이 30일 만에 목표 매출의 120%를 달성한 배경에는 특별한 공간 감도나 화제성만 있는 게 아닙니다. 대치동이라는 선택도, 47%라는 특화 면적의 비율도, 카페나 멤버/VIP 대상 체류 공간의 운영도 - 누구의 하루를 설계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전략과 구성이 빛을 발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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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핵심 인사이트 정리!

  • 플래그십의 입지 선택 기준은 반드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일 필요는 없습니다. 대치동은 많은 사람이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특정 고객층들이 매일 같은 시간에 반드시 머무는 곳입니다. 한섬이 이 상권을 선택한 결과 4050 여성 비중 75%, 자녀 동반 방문 30% 이상이라는 수치가 나왔고, 이는 타겟 설정이 입지 선택 시 똑똑하게 고려되었음을 알게 해주죠. 💬


  • 특화 공간이 전체 47%로 설정된 것은 운영 기획의 뾰족함입니다. 업계 관행 20~30% 대비 두 배에 가까운 비율을 특화 공간에 쓴 결정의 실적은 카페 오픈 즉시 만석·디저트 2시간 품절·스파 1개월치 예약 마감이라는 데이터로 뒷받침됩니다. 특화 공간의 각 프로그램이 타겟의 하루 시간표와 맞물릴 때 체류가 만들어지고, 체류가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

💡더 나아가 생각해볼 수 있는 점들.

  • "타겟의 하루를 먼저 설계한다"는 기획 방식이 다른 상권과 타겟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요? 대치동과 4050 학부모라는 조합이 이 공식을 가능하게 한 특수한 조건이었는지, 아니면 어떤 타겟이든 그 일상의 리듬을 충분히 읽으면 같은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는지는 열린 질문입니다. 💬


  • 특화 공간의 비율을 높이는 전략이 가능한 브랜드 규모와 조건은 어디까지일까요?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의 47%는 한섬이라는 브랜드 규모와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원 구조 안에서 실험된 수치입니다. 이 방향을 중소 규모 브랜드가 따라가려면 어떤 조건과 단계가 필요한지,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함께 보는 게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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